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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삼성 구자욱, 데릭 지터의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BS SPORTS, KBO)

 

 

[타석에서 표정이 쉽게 드러나는 구자욱의 모습은 왜 약점이 될까

 

 

야구에서 포커페이스가 반드시 진리는 아니다.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도 많다. 야구 선수도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포커페이스는 야구의 여러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커페이스라는 용어는 자신의 표정을 숨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다시 이 용어를 뜯어보면 표정을 감추는 것이 반드시 돌부처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이나 '금테 안경' 너머의 최동원처럼 무표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커에서는 자신의 패가 좋지 않음에도 좋다고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얼굴을 속이기도 한다. 이것도 포커페이스다. 그래서 포커페이스가 '무표정 얼굴'만이라는 것은 좁게 해석한 것이다. 포커페이스는 넓은 의미에서 페이크 페이스를 포함하고 있다.

 

야구도 똑같다. 지능적인 야구 선수들은 감정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현역시절 선동열이 그랬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무표정의 포커페이스가 아니었다. 그는 오승환, 최동원과는 반대였다. 상대에게 안타를 맞거나 홈런을 허용해도 매우 자신 있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포수를 향해 손짓을 했다. 선동열표 포커페이스였다.

 

포커페이스가 투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타자도 포커페이스를 쓴다.

 

한국 프로야구의 뛰어난 타자들은 투수가 던진 공이 공략하기 어려워도 해당 구종을 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언가를 알았다는 것처럼 타석에서 자신 있게 행동하기도 하다. 과거 '양준혁도 그랬고 현재의 오재원(30·두산 베어스)도 비슷한 유형이다. 이런 페이크 페이스는 오히려 투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신인들은 쉽게 따라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신인들이 찾을 수 있는 타자 포커페이스의 모범답안은 지난해 은퇴한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유명한 무표정 포커페이스의 대명사였다. 지터는 타석에서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지의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그의 포커페이스가 지터가 레전드가 된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His poker face is the stuff of legend)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신인 구자욱(22)은 둘 다 아니다. 그는 무표정 포커페이스도 아니고 페이크 페이스도 아니다. 그냥 감정이 타석에서 라이브로 아주 깨끗하고 솔직하게 드러난다.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그랬다. NC5-4로 앞선 6회말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NC선발 에릭 해커의 초구에 반응한 체크 스윙이 3루심에 의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자 크게 아쉬워했다. 그런데 모든 동작이 너무 컸다. 매우 놀라면서 입을 크게 벌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또 고개를 푹 숙이더니 주저 앉으며 탄식했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이 점을 지적했다. “아쉬워도 빨리 잊어야 해요. 다음 공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구자욱은 다음 공을 준비하지 못했고 결국 삼진 당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BS SPORTS, KBO)

 

그런데 8회말도 상황은 복사판이었다. NC의 바뀐 투수 이민호의 4구째 148km 직구에 헛스윙을 한 뒤 구자욱은 매우 놀라듯이 혀를 내밀며 포수에게 어떤 구종이냐고 물어보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표정은 6회말과 아주 다르지 않았다. 그 이전인 3구째 직구에도 크게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랐다. 잘생긴 얼굴이라 이목구비의 감정 변화가 너무나 쉽게 보였다.

 

시청자만 본 것이 아니다. 구자욱의 표정은 에릭 해커도 봤고 이민호도 봤다. 투수가 자신이 던진 해당 구종에 타자가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타자가 드러내는 감정을 통해 생생하게 아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투수는 상대의 패를 이미 타자의 얼굴이라는 CCTV를 통해 모두 봤다. 결과가 어떨지는 불문가지이다. 이민호는 집요하게 똑같은 직구로 상대했고 결국 이번에도 구자욱은 삼진이었다.

 

구자욱은 아직 신인이다. 타석의 감정 표현이 성격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야구에서 투타 게임의 본질은 페이크다. 투수가 똑바로 가는 공과 휘어가는 공을 통해 타자를 속인다면 타자는 두 개의 공 가운데 어떤 공을 노리고 있는 지를 투수에게 들키지 않거나, 모두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야 대등한 게임이 가능하다.

 

시즌 초반 구자욱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높은 수준에 그가 도달하기 위해서는 타석에서의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

 

지터는 지난해 926일 마지막 홈 은퇴 경기에서 4만 명이 넘는 관중들에게 엄청난 환영과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진 출처: Sports Illustrated, SI.com)

 

나는 20년 동안 어려운 상황이나 부상 속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수많은 팬들의 애정과 고마움 앞에서 내 자신을 숨길 수가 없네요.”

 

그는 마침내 팬들이 보내준 감동 안에서 기쁘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언론은 드디어 지터가 얼굴에서 감정을 드러냈다고 크게 보도했다.

 

지터는 모든 승부가 마무리되는 선수생활을 끝내는 마지막 경기가 되어서야 포커페이스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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