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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구글에서 온 편지, 카리브해에서 온 편지(뮤직 콜라주)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작가 김승옥은 일찍이 편지에 대해 우리에게 의미를 던진 적이 있다.

 

그의 대표작 <무진기행>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편지를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편지. 정말 편지를 받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어요. 정말 누구였을까요? 아마 선생님처럼 외로운 사람이었겠죠?”

 

이 문장이 내게 인상 깊었던 이유는 세상에서 최초로 편지를 받은 사람이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최초로 편지를 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김승옥의 추측이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하나의 대표적 심상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외로움이었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편지는 이렇듯 누군가의 마음이 텍스트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 구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깊은 마음의 교감이 어우러진 문학의 편지는 아니었다. 당신의 블로그 <창조의 재료탱크>가 그동안 낸 수입을 지급할 테니, 보내준 PIN 번호를 입력하라는 경제 논리에 투철한 구글 애드센스의 편지였다. (참고로 사진에 나와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이 그려진 정육면체는 싱크탱커 개인 소유물로 구글이 보내준 것은 아니다.)

 

기억에서 실종된 연애편지가 아니어서 섭섭했지만, 그래도 편지라는 그 의미 자체에 애써 기쁨을 주입하고 싶었다. 더구나 돈을 준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인터넷 제국구글이 보내준 마음은 그동안 부족한 글 쓰느라 고생했다고 보내준 격려의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예전에 블로그 판매 제안에 대한 공지 글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창조의 재료탱크>는 광고를 달긴 했지만 수익형 블로그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혹시나 이 무슨 해괴한 모순된 논리? 괜히 쿨 한 척한다고 째려보시는 눈길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당연하다. 돈의 논리에 태연한 사람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싱크탱커 역시 블로그를 통해 많은 수익이 발생되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진실과는 약간의 방향성이 다르다. <창조의 재료탱크>의 개설 목적은 내 삶의 주체적 편집과 재미있고 즐거운 창조적인 삶을 위하여.

 

블로그 수익은 따라와주면 좋은 것이다. 돈이 목적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은 광고를 완전히 배제하려고 했었다. 유튜브 영상 역시 전면 비수익형을 고려했었다그런데 내가 광고를 단 첫 번째 이유는 광고가 창조의 재료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코드를 기본으로 한다. 이 코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살피는 것이 흥미로웠다. 소찬휘 음악에 관한 포스팅을 했더니 옆에 소찬휘라는 링크 광고(현재는 링크광고 삭제했다.)가 붙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문열 포스팅을 했더니 옆에 한국문학 광고가 있는 것이 놀라웠다.

 

구글의 애드센스가 어떤 위치에 있을 때, 또 어떤 문구와 이미지가 사람들을 사로잡는지는 스티커 메시지 측면에서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광고를 달았다.

 

두 번째는 <창조의 재료탱크> 포스팅에 최소한의 시장 공시력을 얻기 위해서다. 광고가 있건 없건 공시력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일간지나 TV 방송에 단 하나의 광고도 없는 미디어를 생각해보자.

 

이거 뭔가 모양새 이상하다. 밋밋하기 그지없다. 광고가 엮여 있어야 뭔가 시장성이 부여되는 것 같은 외관이 나온다. 광고가 붙었다는 것은 블로그가 가지는 시장의 유통성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시각적 확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핵심적 이유다.

 

이유가 어찌하건, 오늘의 첫 번째 구글 편지를 받기까지는 미약한 이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부족한 글과 영상을 접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변변치 못한 몇 개의 글을 다음(Daum)과 티스토리 메인 페이지에 배치해주신 포털 관계자들의 너그러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얼굴이 누구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한 이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감사를 드리고 싶은 어떤 분이 있다.

 

이 분은 내 블로그 초기부터 항상 포스팅 하단에 붙어있는 SNS 페이스북 링크 좋아요에 언제나 ‘Like’를 눌러주신다. 그래서 관찰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싱크탱커 포스팅 하단에는 거의 LIKE‘1’이라는 카운팅이 있다. 나는 이 ‘1’이라는 카운팅은 동일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늘 그 분이 눌러주시고 있다고 믿고 있다. 참고로 나의 페이스북은 가명으로 등록했고 시스템상 어떤 분이 LIKE 표시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공감’, ‘LIKE’ 이런 수치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 ‘1’이라는 숫자는 나의 시선을 붙들었다. 너무나 고마운 분이시고 LIKE 표시를 했다는 점보다도 늘 읽어주시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기쁘다혹시나 이글을 보신다면 재차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첫 번째 구글의 편지를 받은 상황에 음악을 담아봤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곡이다. 권진원 2집에 있는 카리브해에서 온 편지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권진원의 허밍으로만 이루어진 곡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숨겨진 명곡이다.

 

이 곡 자체도 좋지만 뮤직 콜라주를 좋아하는 특성상, 이곡에 몇 개의 곡들을 추가로 믹싱 하여 곡을 만들어봤다. 이곡에는 김광민의 지구에서 온 편지, 스티브 바라캇, 클로드 볼링 등의 음악이 같이 합성됐다. 합성된 곡은 조악하다. 기회가 되신다면 카리브해에서 온 편지원곡을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도시에 지친 가슴을 정화시켜 줄 것이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