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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블로그 '실시간 검색어'의 빛과 그림자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긍정적 하이퍼텍스트와 부정적 하이퍼텍스트]

[실시간 검색어 포스팅은 왜 취약한가]

[잊지 말아야 할 블로그 '20초의 법칙']

 

에 블로그 로그 분석(구글 애널리틱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에 방문자가 대폭 늘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블로그가 아닌데, 9일 오후 5시부터 대략 한 시간 동안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한 것이었다. 검색 키워드를 보니 단 하나의 이름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있었다.

 

...’이었다. 이유를 보니 지난 9일 김예분이 SBS 파워 FM '김창렬의 올드스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서 김예분이 어떤 내용을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제를 모았던 것 같다. 사람들은 김예분을 검색했고 그래서 웹에 남겨졌던 (싱크탱커가 지난 220(무려 17일 이전) 설날 연휴 때 작성한) 글을 통해 대규모 유입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위력은 대단했다. 가히 폭발적이었다. 짧은 순간 내린 기습 폭우였다. 당시 글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음, 티스토리의 메인페이지나 뷰페이지 등 어디에도 많이 노출될 만한 곳에 배치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김예분이 실시간 검색어만이라는 이유로 예전 글이 검색되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방문자가 대폭 늘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었다. 블로그나 웹사이트는 방문자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방문당 체류시간은 급감하고 이탈율은 급증했다. 인터넷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59초의 법칙은 최소한 59초 동안 방문자를 잡아 둘 수 있는 사이트가 강하고 안정적이라는 법칙이다.

 

(사진: Nielsen Norman Group)

 

다행스럽게도 이날 많은 방문자가 방문했음에도 나의 블로그 체류시간은 가까스로 59초를 넘긴 평균 61초로 마감됐다. 하지만 평소 내 블로그의 통계에 비추어 볼 때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실시간 검색어의 포스팅은 이래서 위험하다. 의도하지 않은 실시간 검색어의 포스팅이 됐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 거리가 멀었다. 싱크탱커는 평소 10명이 블로그를 방문해 10초 동안 머무는 것보다는 1명이 100초 동안 머무는 것이 나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이야기 했지만 <창조의 재료탱크>는 가급적 실시간 검색어의 포스팅은 지양하고 있다.

 

이유는 간명하다.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블로그 유입은 내가 만든 포스팅의 키워드가 부정적 하이퍼텍스트로써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이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예분이 라디오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내용 때문에 관심이 많아서 김예분을 검색했을 것이다. 또는 그 이유를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작성한 내용은 17일전에 포스팅한 이본 vs 김예분, 자존심 대결이 보여준 명절 교훈이다. 라디오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을뿐더러 관계없는 것을 알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100% 방문자의 구미에는 맞지 않는 내용이 됐을 것이다. 또는 라디오 방송 내용을 모르고 왔다가 예전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이트 이탈 이후 블로그에 대한 느낌도 그다지 좋지 않았을 것이다. 59초는 커녕 10초 이내에 사이트를 이탈할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낚시성 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경로가 되었든 이날 방문자들에게는 김예분 라디오 방송이라는 키워드가 이본 vs 김예분의 자존심 대결명절 교훈이라는 하이퍼텍스트로 일정 부분 기능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하이퍼텍스트가 아니다. 연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2·3차 하이퍼텍스트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결국 부정적 하이퍼텍스트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사진: TVN, Edit ThinkTanker)

 

하이퍼텍스트가 뭔가. 파생텍스트, 확장언어다. 말만 그럴싸하지 아무것도 아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로 키워드가 움직이는 것이다. 좋은 하이퍼텍스트 일수록 언어의 길이가 확장된다.

 

그러나 부정적 하이퍼텍스트는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로 끝나버린다. 사과가 맛없기 때문에 바나나로 이어지지 못한다. 심지어 빨간 똥구멍을 가진 원숭이로 끝난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은 그 원숭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며 바로 이탈해버린다. 낚시성 포스팅의 전형으로 전락한다. 

 

반면 긍정적 하이퍼텍스트는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로 길이가 길다. 텍스트 독자의 사고를 움직이는 작용을 한다. 설사 사과로 이동하지 못하고 원숭이에만 머물러도 원숭이 내에서 밀도 높은 사고과정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긍정적 하이퍼텍스트는 집중력이 다르다. 정보가 1차적으로 정확한 키워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크탱커의 17일전 포스팅을 정확하게 이본, 김예분 자존심 대결또는 이본·김예분 디스전’, ‘명절 교훈등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정보에 대한 집중도가 달랐다.

 

훨씬 오래 블로그에 머물렀고, 2·3차 파생텍스트로 다른 글로 이동했다. 설령 이동하지 않고 해당 페이지만 읽고 나갔어도 최소한 빨간 똥구멍을 가진 원숭이로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글이 마음에 들진 않았어도 빨간 똥구멍을 가진 그 원숭이에 자체에 대해서는 악감정까지 가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날의 통계가 보여준다.

 

창의성과 주체적인 측면에서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글쓰기가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이 주체가 된다. 주제를 스스로 정했기 때문에 자신이 언어의 주인이 된다.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이 만든 포스팅을 통해 사람들이 블로그를 방문했다는 것은 주체적 글쓰기의 완결이 된다. 결과가 어떠하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긍정적 하이퍼텍스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포스팅은 자신이 언어의 주인이 아니라 언어의 노예가 된다. 억지로 생각을 짜내게 된다. 견강부회가 벌어진다. 공간을 채우려다보니 빈약한 텍스트로는 힘에 겨워 허접한 사진 10여장으로 할 수 없이 덕지덕지 바른다. 당연히 글과 포스팅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이 지점부터 부정적 하이퍼텍스트라는 불청객이 동반자가 된다. ‘기분 나쁜' 똥구멍이 빨간 원숭이 한 마리도 합세 한다. 

 

 

실시간 검색어 포스팅은 그래서 안 된다. , 예외는 있다.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를 줄기차게 포스팅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가능하다. 글쓰기 내공이 엄청나도 할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사람들을 잡을 수 있는 편집의 달인들도 포함된다. 이 방식으로 혹시나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들도 해당된다. 또는 처음부터 블로그 개설 목적이 상업적이거나 낚시가 목적이라면 할 수 있다.

 

이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이지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 남들은 모르는 각자의 생각과 목표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해당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알고 있거나, 선호도가 있거나 (정통하면 더 좋다), 생각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실시간 검색어 포스팅이 가능하다.

 

싱크탱커 역시 실시간 검색어를 포스팅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분에 넘치는 공감수와 고마운 몇 분에게 선플을 받은 '이태임, 노출의 숙명과 여배우'에 관한 글이 그랬고, K팝스타의 이진아와 지존(장미지·존추), 지유민을 비롯해, ‘나는 가수다3’에 등장하는 몇 곡에 대해 포스팅 했다.

 

하지만 이태임을 비롯해 이진아, 지존, 지유민, 최근의 강균성 등은 모두 개인적인 선호도가 있었기 때문에 포스팅을 하고 싶었고, 할 수도 있었다.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등의 곡들도 가상듀엣이라는 합성 기법과 재편집을 시도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해당 곡들을 평소 좋아하거나 좋게 들었기 때문에 포스팅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이 예외적인 실시간 검색어의 포스팅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일단 싱크탱커를 비롯해 대부분은 천재가 아니다. 사회의 모든 현상과 사물에 대해 정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선호도를 가진 검색어가 매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이태임이 매일 욕설을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바비킴과 대한항공이 매일 싸우거나 유희열이 방송마다 이진아를 울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매주 불금을 포기하고 나는 가수다를 시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체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정통하게 글을 쓰는 행위는 주체적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한 유입은 완벽한 주체적 글쓰기의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설사 이 실시간 검색어에 색다른 시각이나 생각을 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글을 써서 실시간 검색어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가 자신의 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주체적 글쓰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어떤 과정이 되었든 실시간 검색어와 연계된 글쓰기는 하이퍼텍스트의 시작 지점이 불리하다. 방문자가 최초의 키워드를 머릿속에 생각해 손으로 타이핑을 하는 과정은 똥구멍이 빨간 원숭이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이것이 만약 누군가가 작성한 동일한 원숭이나 똥구멍이 파란 원숭이와 연계되면 하이퍼텍스트가 발화되며 유입이 나타난다.

 

이처럼 방문자가 키워드를 결정하는 처음 생각한 사고에는 주체적 시각이 묻어있다. 자연스럽게 글쓴이의 주체적 시각을 담은 글과 쌍방향으로 만나면서 접점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는 방문자의 주체적 사고로 탄생한 키워드 타이핑이나 클릭이 아니다.

 

자동적으로 외부에서 똥구멍이 빨간 원숭이로 대량으로 찍어져 나온 언어이거나 처음부터 원숭이들은 없고 빨간 사과라고 강제적으로 방문자의 뇌 속에 주입식으로 시각화된 언어가 대부분이다. 김예분 방송 내용을 전혀 모르고 김예분이 실시간 검색어라는 이유만으로 클릭하는 경우가 대표적 예시이다.

 

(단, '기존에 실시간 검색어가 아니었는데' 화제를 모아 많은 사용자가 대량으로 타이핑하여 갑자기 만들어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는 경우는, 방문자가 실시간 검색어를 직접 만든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체적 사고의 쌍방향 만남이 일정부분 생길 수 있는 예외다.) 

 

이런 예외를 제외한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방문자와 포스팅 작성자 사이에는 주체적 사고의 만남은 상당부분 결여되어있다. 원숭이들은 실종된 채로 사과부터 하이퍼텍스트가 시작하기 때문에 사과가 맛있으면 다행이지만, 맛없으면 하이퍼텍스트가 단절되며 10, 20초 이내에 사람들은 블로그를 떠나게 된다. 실시간 검색어 포스팅이 남긴 그림자다. 블로그와 그 블로그가 만든 포스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못한 결과다.

 

(사진: Nielsen Norman Group)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이성에 대한 호감은 많은 부분 찰나의 첫인상에서 결정 난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라는 시각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닐슨 노만 그룹(Nielsen Norman Group)‘20초 법칙이다. 앞서 언급한 ‘59초 법칙도 닐슨 노만 그룹의 주장이지만 더욱 시간이 짧은 ‘20초 법칙이 보다 핵심적이다.

 

닐슨 노만 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8, 아이패드 등 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을 분석하는 저명한 컨설팅그룹으로, 수석인 자콥 닐슨을 비롯해 애플의 전 부사장인 도널드 노만 등이 1998년 설립했다.

 

닐슨이 2011년에 9월에 발표한 <사람들은 얼마나 웹페이지에 머무는가(How long do users stay on web page?)> 라는 연구 내용을 보자.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주요 골자는 ‘20초 법칙이다. 닐슨은 이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10초이내, 20초 이내에 웹페이지를 떠난다. 그러나 페이지에 머물만한 명확한 가치가 있다면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아래의 닐슨이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사진: Nielsen Norman Group)

 

웹페이지 방문 이후 0초부터 10초까지는 이탈율 그래프의 폭이 매우 가파르다. 대부분 이 시간대에 사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탈했다. 10초에서 20초까지는 약간 기울기가 약해졌지만 이 영역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하지만 20초가 지나가면 120초까지 기울기가 매우 완만해진다. 이탈폭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20초 이후까지 방문자를 잡아두려면 긍정적 하이퍼텍스트가 포스팅에 작용해야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유입은 부정적 하이퍼텍스트를 유발하여, 하이퍼텍스트의 확장 길이를 짧게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20초 법칙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닐슨의 이 연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웹페이지와 블로그에 국한할 문제를 넘어 21세기 인터넷과 창의성 시대에 많은 부분을 시사해줬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정보는 홍수다.

 

자신의 글이 어느 포털에 어떻게 걸리고 그날 사람들이 블로그에 몇 만 명 들어오고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정보를 만들어야 하는지, 글은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다. 또한 창조적인 삶의 지향과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주는 연구였다.

 

블로그 측면으로 돌아와 글을 마무리 하겠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결론을 얻었다. 싱크탱커와 <창조의 재료탱크>는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예외사항을 제외하고) 실시간 검색어의 포스팅을 하지 않겠다. 이 부족한 글을 보시는 분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가 만들어내는 방문자 폭증이라는 빛은 너무나 강력하지만 빛의 굵기가 얇다. 반면, 실시간 검색어가 만드는 그림자는 빛의 세기는 약해보였지만 어둠의 범위가 훨씬 넓다.

 

선택은 글을 쓰고 느끼는 자의 몫이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