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택의 기회는 왜 불만족을 일으킬까]
[나이트 부킹에서 깨달은 홈페이지 디자인]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남자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어느 날 당신이 나이트클럽(이하 나이트) 룸에서 부킹을 하는데 밤 12시쯤 매우 마음에 드는 여자와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런데 여자가 30분 뒤인 밤 12시 30분 즈음에 전화를 걸어와 지금 밖으로 같이 나가자고 한다.
그날 밤 11시 30분쯤 나이트에 온 당신이 나이트 입성 1시간 만에 룸 계산을 하고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에 싱크탱커의 뇌세포 10만개를 걸겠다. (참고로 뇌세포는 하루만 지나도 10만개가 새로 생성된다)
알려진 대로 나이트는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피크 타임이다. 이 3시간은 건강한 남자들이 나이트에서 기대하는 무수한 역사가 일어나거나 함께 방금 전 밤 12시에 만난 여자보다 훨씬 나은 여자들이 출몰할 수 있는 시간대다. 많은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어찌 불금의 초저녁인 밤 12시 반에 나이트를 박차고 나갈 수 있으랴!
하지만 인생은 때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나이트다. 이후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당신은 밤 12시의 여자보다 1만 배는 못생겼다고 느껴지는 여자들만 주구장창 부킹하다가 결국 그중에 가장 덜 못생긴 여자 일행들과 억지로 나이트를 나온다. 매우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결국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모습이 됐다.
그리고 기름기가 아주 많이 낀, 느끼하면서 맛없는 곱창집(그 여자들이 그 새벽에 곱창을 좋아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가게 된)에서 고역의 시간을 보내다 이후의 시나리오는 없이, 아니 없는 게 다행일 수도 있는 헤어짐을 뒤고 하고 당신은 친구와 함께 사우나로 가서 예상치 않았던 남자들의 엉덩이만 주구장창 보다가 집에 돌아와 그대로 잠이 든다.
그때 후회한다. ‘단순하게 차라리 그냥 그 여자들과 12시 반에 나갈걸’ 그나마 연락처를 받은 것에 위안을 삼고 다음날 12시의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쌀쌀맞고 어색한 반응에 통화는 60초를 넘기지 못한다. 썸녀라도 될 가능성도 제로 포인트가 됐다.
이날 밤 남자가 가진 선택의 폭은 넓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선택도 했다. 그러나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렇다. 당신의 가상 경험담으로 어설프게 뒤집어씌웠지만 사실 이 남자의 경험담은 부끄러운 나의 몇 년 전 경험담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패러독스’로서 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다다익선’은 선택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로 생각만큼 인간에게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스워스모어 대학 사회행동학 교수 배리 슈워츠도 자신의 저서 <선택의 심리학>에서 ‘선택의 패러독스’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는 백화점에서 매장을 다 뒤져 청바지를 고른 사람과, 마음에 드는 청바지가 눈에 띄면 바로 산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더 만족하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매장을 다 뒤진 사람의 만족도가 더 낮았다.
고르지 않은 청바지 이외 더 나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일찍 나이트를 나가면 이후 내가 나이트에서 더 나은 여자를 만날 수 없다는 불안 심리) 때문이었다. 결론은 기회비용이 커질수록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포기해야하는 대안이 많을수록 기회비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몇 차례 과도기를 거쳐 블로그 홈페이지 메인페이지를 오늘 확정했다. 메인 페이지 디자인을 구성하면서 기술한 나이트클럽 부킹의 기회비용과 선택의 패러독스가 떠올랐다.
당초 이 <창조의 재료탱크> 블로그는 창조적 삶을 지향하며 개설 한 달 만에 크리에이션, 크리에이톨로지(창의성 기법), 크리에이터라는 3가지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기존 카테고리는 뷰페이지 형태로 혼합했다. 그런데 사이드바에 있는 신설 카테고리가 홈페이지 메인페이지와 디자인상 어울리지 않고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국 ESPN 사이트처럼 메인 글을 탑으로 놓고 나머지 글을 텍스트 형태로 배치하는 것도 동시에 고민했다. 결국 2가지 사항을 모두 버리지 못하고 카테고리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포스팅도 메인에 11개를 배치했다. 많이 노출할수록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새벽 1시부터 4시 사이에 등장하는 폭탄 부킹녀와 다름이 없었다. 방문당 페이지뷰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더 단순하게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이 메인페이지에 덕지덕지 글 많이 배치한 적이 있나. 네이버나 다음도 자신들의 네임밸류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글이 메인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글 중심의 메인배치가 아닌 카테고리 중심의 메인 디자인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창조와 관계된 3가지 신설 카테고리와 전체 글이 담긴 카테고리를 아예 자동으로 돌아가는 탑으로 배치하고 기존 포스팅을 모두 없애고 3가지 포스팅만 중탑 개념으로 가운데에 위치시켰다. 나머지는 책, 영화, 음악, 게임 등 하위 카테고리를 밖으로 꺼내 이미지로 마무리를 했다. 동영상에 관계된 포스팅도 3개로 줄여서 하단으로 붙였다. 디자인 변화가 자유로운 티스토리 블로그가 강점을 발휘했다.
바꾸고 보니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 가장 좋은 것은 탑을 교체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매일 포스팅을 못할 것이기에 조금은 더 여유롭게 블로그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크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지나친 클릭 선택의 상황을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택의 패러독스를 안겨드려서는 안 된다.
이번 리뉴얼의 초점 ‘단순화’는 이렇게 정리됐다.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조금 더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당분간은 이 디자인으로 유지될 것 같다. 실시간 로그 분석을 보니 밤 12시의 여자를 만났을 때의 느낌처럼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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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소찬휘 가상듀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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