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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박진영의 음학·음악, 블로그의 문학·문악

(이하 사진: SBS <K팝스타>)

 

남다른 자기 색깔이 돋보이는 박진영이 여러 차례 방송에서 언급한 말이 있다.

 

노래는 음악(音樂)이 되어야지, 음학(音學)이 되어선 안 된다는 발언이다.

최초 이 이야기가 방송을 탄 것은 그가 2009<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이 음악론이 특별히 내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SBS <K팝스타>에서 박진영은 이진아의 두근두근 왈츠가 좋게 들린 이유로 또다시 이 음악론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 날 떠나지마에 빗대어 다시 덧붙였다.

 

한때 날 떠나지마가 싫었던 적이 있다. (이 노래가) 음악적으로 특별한 것이 없고 유치하다 생각했다. 내가 음악공부 한 것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내 노래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설문조사할 때마다 날 떠나지마로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 그렇지 음학이 아니라 음악이지. 그냥 진심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듣기에 (음악이) 좋으면 되는 건데... 이진아의 두근두근 왈츠가 그랬다. 그냥 좋고 예뻤다.”

 

 

이 말의 의미가 실체적으로 내게 다가 온 것은 지난주였다. 지난주 화요일 싱크탱커는 <창조의 재료탱크>라는 블로그 제목에 맞게 카테고리를 통합 운영한답시고 기존의 스포츠, 영화, 예능, 책 등 항목별 카테고리를 없애고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톨로지, 크리에이션 등으로 통합 운영한다고 공지했고 실제로 그렇게 변경을 했다.

 

그런데...

 

이는 최악의 변경이었다. 아무리 소수정예 블로그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이 카테고리 변경 이후 방문당 페이지뷰가 급속도로 추락한 것이다. 완벽한 오판이고 동시에 오만이었다. 창조와 크리에이티브한 것에 내가 관심이 있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개편이었다 해도 그렇지 않은 순수 테마나 외부 키워드를 통해 호기심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을 도외시 한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면 알아서 검색창에서 검색하라는 망언(이런 나이스하지 못한 짓을!)을 서슴지 않았다.

 

창조적인 것에 관심이 없더라도 내 블로그를 통해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관심이 없더라도 단일 키워드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인데 괜히 창조에 혼자 집착해 거창하게 겉멋만 들인 졸속의 개편이 되고 만 것이다.

 

그때 박진영의 음악론이 생각났다. ‘글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고 즐거우면 되는 건데 너무 창조적인 것에 내가 얽매여 블로그와 글을 틀에 가두는, 이것이야말로 창조적이지 않은 모순적 행동을 하고 말았구나.’

 

이는 비단 글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창작물을 만들거나 무엇을 생산하든 그것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쉽고 즐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박진영의 음악론은 말하고 있었다. 어디서든 잊지 말아야할 교훈을 박진영이 안겨줬다.

 

결국 나는 당나귀의 믿음([ 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당나귀의 변신, 믿음... 그리고 인내)처럼 개편의 취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카테고리와 혼용되도록 절충안으로 재개편을 했고, 감사하게도 기존의 방문당 페이지뷰 보다 약간 상회하는 데이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한편의 정보, 감동, 재미가 우선이다. 쓸데없는 현학, 아집, 기름기는 전혀 필요 없다.

블로그와 그 내용이 되는 글도 앞으로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창조의 재료탱크>는 문학(文學)이 아니라 문악(文樂)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