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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인기 1위마 '왕대'는 왜 무너졌나

 

(1군마 왕대, 사진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진입 장벽으로서의 1군 경마]

 

한국 경마는 의 특성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 좋을수록 경주 경험과 입상 결과에 따라 5군에서 1군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경마 입상에서 자신이 고른 말을 통해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것은 해당 군에서의 입상 적합성과 가능성이다. 해당 군에서 입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지워야 한다.

 

주요한 특징은 상위 군일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군에서 1군의 진입이 대표적이다. 웬만한 명마가 아니면 보통 2군에서 1군 승군 시 곧바로 입상하기 힘들다.

 

1군 말 정도라면 갈 곳까지 올라간 말들이다. 모두가 마지막 한 발을 가지고 있다. 부진하더라도 1군마의 품격은 모두 품고 있다. 편성의 폭과 경쟁이 그만큼 두터워진다. 조교사가 1군 데뷔전에서는 부담중량이나 말의 가용 연한, 사기 차원 등에서 전력을 아끼는 경우도 있다. 1군 입상은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

 

627일 토요경마 11경주는 이런 1군 데뷔전의 성격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주였다.

 

인기 1위마가 6번마 왕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왕대에 대한 과거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에 숨도 쉬지 않고 우선순위에서 지울 수 있었다.

 

왕대가 1군까지 오면서 걸음이 터진 것은 인정했다. 최근 4연속 2착 이내 입상에 성공했으며 3군 우승, 2군 우승 2회를 연타로 했다.

 

그러나 왕대는 일단 명마가 아니다. (이 말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지용훈 조교사는 훌륭한 조교사다. 오해 없기를.)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왕대는 201311월 처음 3군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무려 12번의 경주를 치르면서 201412월 겨우 2군에 올라왔다. 3군에서 2군까지 13개월이 걸린 말이다. 2군에 와서도 두 차례 성적이 좋지 않았고 다시 3군에서 3번 경주를 치르고 2군에 올랐다.

 

어떤 명마도 3군에서 12번 경주를 치르지는 않는다.

 

명마의 전형적인 패턴은 아래의 표처럼 나온다.

 

 

참고로 이 말은 치타처럼 폭발적인 주폭을 보여주었던 언어카운티들리다.

 

그래서 왕대는 명마가 아니다. 왕대는 어떤 의미에서 말의 성장 사이클 유형이 ‘Late’, 대기만성 형으로 볼 수 있었다. 뒤늦게 걸음이 늘어난 말이었다. 대전을 치룬 말의 편성 강도도 약했다. 가장 최근에 우승한 2군 경주는 월드짱(역시 1군 장거리에서 바로 통한다고 믿기 힘든 말)을 겨우 0.1초차로 이겼다.

 

더구나 왕대는 추입마였다. 수차례 싱크탱커는 불안한 추입마가 인기 1위인 경주를 승부경주로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왕대는 여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말이었다.

 

편성은 외관상 약해보였다. 엑스파일, 풀문파티 등은 하락세가 완연한 1군마, 부산에서 걸음이 다 나온 부경 출신 몇 마리들, 그리고 2군에서 1군에 올라왔지만 뚜렷한 모습이 없었던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왕대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1군마들이었다. 특히 해마루는 최근 41군 입상은 못했지만 빛의 정상, 운검, 흑기사 등의 강자들을 이기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1800미터에 유리한 앞 선을 지배할 수 있는 말이었다. 레이스 운영이 유리했다.

 

반면 왕대는 비슷한 유형의 여러 마리의 추입마들을 뚫고 올라와야 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추가적으로 이 레이스는 풀문파티라는 선행마가 빠르게 레이스를 이끌 경기였다. 원래 경마에서는 극단적인 선행마가 레이스를 스피드 있게 이끌면 추입마가 입상하기가 어렵다.

 

 

 

(해마루의 가능성, 사진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해마루의 대비마를 고려해도 점점 왕대는 약하게 보였다. 흑기사가 그랬다. 흑기사는 아직 1군의 강자다. 만약 이 편성에 흑기사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왕대가 이처럼 터무니없이 몰표 인기 1위마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흑기사를 가장 최근에 이긴 말이 해마루였다. 해마루에 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말을 찾다보니 이 해마루에 0.2, 흑기사에 0.1초로 접전을 펼친 말이 있었다. 라이언펀치였다. 라이언펀치의 최근 성적을 더 찾아보니 늘푸른청룡과 싱그러운이라는 또 하나의 1군 강자들을 이긴 전적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 좋아졌다는 신호였다. 글로벌퓨전 역시 호전세가 돋보였다. 전공거리인 1800미터를 만난 것도 호재였다.

 

우리는 쉽게 왕대를 제외했다. 도무지 해마루와 라이언펀치를 왕대가 이긴다는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해마루를 축으로 라이언펀치 복승, 복연승에 주력했고 글로벌퓨전을 보조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풀문파티가 젖은 주로를 끌고 나가자 왕대는 뒤에서 고생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추입마인 라이언펀치는 능력이 위였다. 왕대를 제치고 2착을 했고 우승은 역시 앞 선을 편하게 유지한 해마루였다. 복승 15.2배 복연승 4.7배라는 황금 배당을 얻었다. (이번에는 흥분감에 돈을 찾아 아쉽게 인증샷을 찍지 못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이날 졌다. 11경주 전의 승부경주에서 패했기 때문에 가용 자금이 부족했다. 특정 승부경주에서 이기더라도 이렇게 질 수 있는 것이 경마다. 6-1로 지고 있는 야구에서 9회말 마지막 만루 홈런을 치며 6-5로 진 전형적인 날이었다.

 

왕대는 이번에 무시했지만 어찌하건 1군 데뷔전에서 3착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다음 편성에서는 선택을 고민하게끔 만들 정도로 걸음이 늘은 것은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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