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왜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뛰어난 MBC sports+ 올스타전 중계의 옥에 티]
[왜 한국 프로야구에는 '야구 여신' 전문가가 드물까]
기본적으로는 웃자는 행사다.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야신과 야통이 말한 “올스타전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논리는 올스타전 스포츠 중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방송을 보고 귀로 음성을 듣는다. 준비 부족과 터무니없는 내용이 방송 전파를 타면 설사 그것이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멋진 슈트를 입고 조화되지 않은 운동화를 신은 어색한 신사가 된다. 야구중계라는 상품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야구중계가 좋은 상품으로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야구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야구가 멋진 스포츠임이 영상을 통해 드러난다. 투수가 공을 잡은 그립을 클로즈업하고, 작전 실패 이후 감독의 미묘한 표정을 잡는다. 홈런이 나온 스윙은 왜 좋은 스윙이었나를 다양한 각도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뛰어난 해설자가 언어로 뒷받침 해준다. 구자욱(삼성)과 유희관(두산)이 얼굴 대결을 하는 코믹한 장면도 물론 필요하다. 세상을 각박하게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야구 중계의 기본이 개그프로그램은 아니다.
확실히 눈은 보고 싶은 부분을 바라보게 되어있다. MLB 더쇼15 영상을 최근에 편집하다보니 야구중계 PD가 어떻게 화면을 끌어가고 중계를 총지휘하는지를 눈 여겨 보게 된다.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과 TV로 야구를 보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TV속 야구는 사실 PD의 눈이다. 내 눈의 선택 옵션은 없다. 전적으로 중계 PD의 눈에 달려있다.
에릭 테임즈(NC)가 홈런 더비에서 잠깐 쉬는 타임에서 음료수를 코믹하게 마셨던 재미있는 장면은 실제 야구장에서 치킨을 먹고 치어리더의 각선미를 쳐다보다 못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계 PD는 다르다. 그 장면을 포착해 시청자에게 전파했다.
그때 시청자의 눈은 PD의 눈에 절대적으로 의존적이다. 야구중계 PD가 만약 이승엽(삼성)이 400홈런을 치는 역사의 순간 화면 대신에 섹시한 어느 여성 관객을 클로즈업으로 잡았다고 치자. 야구중계 PD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올스타전 주관 방송사였던 MBC sports+의 중계는 매우 훌륭했다. 중계 PD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났다. 공식 행사전 이벤트인 홈런 더비, 퍼펙트 피처의 진행과 구성 화면은 만점에 가까웠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 화면보다도 대단했다. MLB 홈런 더비 중계를 보신 분들은 답답했을 것이다. 홈런 순간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과 홈런이 되는 공의 궤적을 같은 화면에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MBC sports+는 이것을 해냈다. 시원하게 홈런 타구가 어떻게 공중에 떠서 관중석으로 사라지는 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홈런의 미학이었다.
심지어 제3군 야전군 사령부의 특전사 요원들이 펼쳤던 격파 시범 화면은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야구가 아닌 이벤트에 이미 마음이 흔들렸다. 이종범 해설위원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고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한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실제 본 게임은 더했다. 강약 조절에 성공했다. 중간 중간 올스타전답게 무게감을 빼고 선수가 직접 카메라를 잡은 화면을 송출하며 관중석의 유쾌함도 더했다. 백미는 타자의 배트 스피드를 측정한 방송기법이었다. 역대 기존 방송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창의적 발상이었고 야구의 전문성이었다. 그래서 나성범(NC)의 배트 스피드가 137km나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선신 아나운서의 진행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옥에 티였다. 김선신 아나운서는 원래 보기만 해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아나운서다. 밤에 가끔 그녀가 진행하는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를 보면 톡톡 튀는 목소리만큼이나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야구 여신이다. 고백하자면 싱크탱커는 그녀의 팬이다.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하지만 야구 여신이 야구의 전문성까지 갖췄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올스타전에서 두 개의 실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는 번트왕 이벤트에서 이용규(한화)에게 “‘2011년’ 번트왕에 이어 두 번째 번트왕에 올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질문했다.
정확한 팩트는 2013년이었다. 매우 사소한 실수다. 2011년이나 2013년이나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700일 잘못됐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 아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고 이용규가 직접 특유의 시크함으로 “2011년이 아니고 2013년!”이라고 잘못을 지적했다. 스포츠 기자나 아나운서가 가장 스타일 구기는 대표적인 장면은 인터뷰이(interviewee)로부터 직접 질문의 정보가 잘못됐음을 지적 받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용규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그대로 방송 전파를 탔다.
단순한 숫자의 오류로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이해하기 힘든 실수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올스타전 후배 감독들의 초대로 경기에 참가한 김응룡 감독에게 김선신 아나운서는 “처음 올스타전 감독을 맡아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고 질문했다가 김응룡 감독이 “아니, 현역 때 많이 했죠”라고 하자 귓속말로 “올스타전 첫 감독”이라고 다시 질문했다.
김응룡 감독은 답했다. “내가 (올스타) 감독을 수십 번 했는데 무슨 처음이라고 그래요?”
이 순간 중계는 순간적으로 우스워졌다. 웃겨서 우스운 웃음이 아니라 힘이 조금 빠진 실소의 웃음이 나왔다. 훌륭했던 품질의 야구 중계가 순간적으로 우스워졌다.
김응용 감독이 올스타전 첫 감독? 그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감독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40년 감독 생활에 올스타전 감독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생각하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김선신 아나운서가 김응룡 감독의 해태왕조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김선신 아나운서가 이런 질문을 김응룡 감독에게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준비하는 스탭이 잘못된 정보를 김선신 아나운서에게 줄 수도 있고, 김선신 아나운서가 정말로 몰라서 그렇게 질문했을 수도 있다. 과정이 어떠했든 중계 PD가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1차적인 책임이다.
잘못된 정보를 미리 캐치해 수정해서 질문할 수 있는, 전문성이라고 붙이기 민망한 사전 정보를 김선신 아나운서가 필터링해서 김응룡 감독에게 물어보기 전에 알 수는 없었을까. 그녀는 웃으면서 “아이고 제가 오늘 사전조사를 또 이렇게 잘못 했네요”라고 말했다.
야구는 참 이상한 스포츠다. 금녀의 영역이 사회 전반적으로 허물어지고 있음에도 야구라는 스포츠는 전문성의 측면에서 여전히 ‘금녀의 영역’이다.
대중들에게 4대 인기 스포츠라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만 해도 그렇다. 야구를 제외하고 모두 여자축구, 여자농구, 여자배구가 있다. 그런데 여자야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소프트볼은 야구가 아니다.) 그래서 여자야구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물론 야구기자들 가운데는 전문성이 돋보이는 여성 기자들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야구 여신으로 대표되는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 진행, 중계 쪽에서는 느끼기 힘들다. 야구 여신들은 외모로 부각되다 몇 년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야구를 떼고 그냥 ‘여신’만 되는 사례도 나온다.
생활 속으로 들어와도 그렇다. 다시 한 번 고백컨대 싱크탱커는 그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과 야구장을 간적이 있었다. 야구를 모두 좋아하든 나의 손에 억지로 끌려갔든 그동안 만났던 여자 친구들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가운데 단 한 명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무엇이고 야구에서 왜 필요한지를 아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규칙의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대부분 단순했다. 홈런치고 점수나면 좋아했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다.
더구나 사랑스런 여자 친구가 굳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라는 복잡한 야구 규칙을 알아야 할 의무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여자 야구 전문가라면 다르다. 전문성을 갖추고 의식적으로 대중들에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야구라는 환경에 끌려가는 여신보다는 야구를 깊게 이해하고 남자들에게도 꿇리지 않는 전문성을 자신할 수 있는 여신이 더 매력 있고 진정한 야구 여신이다.
(사진= MLB CENTRAL)
참으로 비교하지 싫지만 ‘스포츠의 메카’ 미국 스포츠를 보자. 남자 두 명 사이에서 MLB 센트럴을 박식한 야구 지식으로 끌어나가는 로렌 쉐하디나 NBA 플레이오프 중계를 해설까지 하는 도리스 버크를 보자. 그녀들 때문에 MLB와 NBA가 더욱 빛이 나고 멋과 품격이 생긴다.
KBO리그에도 프로페셔널한 야구 여신들을 보고 싶다. 방송의 조그마한 실수에도 크게 자책할 수 있는 승부욕과 야구의 역사와 전문성까지 자신 있게 꿰뚫는 그런 야구 여신을 보고 싶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있는 야구 여신을 꿈꾸는 유망주가 있다면 나는 과감히 당신이 미래에 야구의 전문성을 갖춘 야구 여신이 된다면, 한국사회에서 금녀의 벽을 허문 여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성공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우먼 베이스볼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는다. 웃자는 행사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다. 야구 선수에게 질문의 잘못을 역으로 지적당해도 별 일 아니다.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굳이 복잡한 것 알거 없다. 야구 여신은 진행만 매끄럽게 잘하면 된다. 얼굴만 예쁘면 충분하다고 내게 물어온다면 더 이상 나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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