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키'의 짐 모리스, 사진 출처 = '루키' 공식 스틸컷)
[2015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단상]
[MLB 더쇼15 가상 올스타전, MVP 디 고든의 ‘번개 발’]
미국의 고등학교 야구팀은 1만5천개에 달한다. 해마다 46만 명이 넘는 선수가 빅리거의 꿈을 위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단 한 경기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는 널리고 널렸다. 누구나 뛰고 싶지만 뛸 수 없는 무대이기에 높은 가치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치’라는 이름이 붙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그래서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 한 경기 출장은 소중한 가치다.
영화 ‘루키’를 기억하는가. 영화는 실화였다.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자 세 아이의 아빠인 짐 모리스(데니스 퀘이드 분)는 무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땀과 눈물의 오랜 노력이 어우러진 한 경기였다. 그는 157km의 강속구를 뿌렸다. 패전처리 투수였다. 하지만 그 순간 모리스는 세상을 다 가진 자였다.
MLB의 한 경기가 이렇다. 하물며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만 모이는 올스타전 한 경기는 어떨까. 2015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보고 든 느낌들을 단상으로 엮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뉴욕 메츠 공식 홈페이지)
# 향후 가장 주목하는 선수 ‘제이콥 디그롬’
‘6회의 충격’이었다. 올스타전 MVP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었지만, 나의 MVP는 제이콥 디그롬(27·뉴욕 메츠)이었다. 공은 딱 10개만 던졌는데 KKK 모두 삼진이었다. 86년 올스타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티븐 보그트(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제이슨 킵니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호세 이글레시아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디그롬의 공에 손도 대지 못했다.
98마일(158km)의 직구는 팀 동료 댄 휠러가 감탄해서 트위터에 올린 표현 그대로 로켓탄두였다. 메이저리그에 이 정도 스피드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많다. 그러나 디그롬의 공은 포수 미트까지 그대로 살아 들어가며 끝까지 추진력을 잃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게 보고 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여기에 이글레시아스를 어이없는 헛스윙으로 돌려세운 133km의 커브는 급격한 오프 스피드를 이용한 또 하나의 무기였다. 디그롬은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갑자기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NL 신인왕에 오른 유망주다. 그런데 올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거둔 9승(6패)을 이미 전반기에 벌써 올렸다. 90마일 초반의 공 스피드는 90마일 후반으로 부쩍 늘었고 제구력도 좋아졌다. 디그롬을 만나는 팀은 한 이닝에 주자가 1명 나갈까말까 한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무려 0.924다.
연쇄 살인마 같은 헤어스타일의 차가운 외모는 마치 전성기 키가 큰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보는 것 같고, 투구 스타일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전 보스턴 레드삭스)를 연상시킨다. 디그롬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선수다. 향후 MLB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남자다.
(사진 출처 및 권리= LA 에인절스 공식 홈페이지)
# ‘가장 완벽한 타자’, MVP 마이크 트라웃의 전력 질주
야구에서 장타와 발은 보통 반비례 관계다. 홈런과 도루는 그렇게 되어야 맞다. 홈런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몸은 무겁고 2루를 훔치기 위한 발은 가벼워야 한다. 둘을 한 몸에 가진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이 되면 그때 사기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30-30도 훌륭하지만 다소 부족하다. 홈런 40개 도루 40개가 진정한 모순 덩어리 몸이다. MLB 역사상 딱 4번 밖에 없었다. 호세 칸세코(1986년 41-40), 배리 본즈(1996년 42-40),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42-46),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 46-41)가 주인공들이었다. 이 가운데는 진정성을 의심케 할 정도로 약물의 힘을 빌린 사람도 있다.
5번째 40-40 주인공의 유력 후보는 마이크 트라웃이다. 그는 현재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더불어 MLB 2대 천재 타자이다. 하지만 카브레라는 도루가 안 되지만 트라웃은 가능하다. 트라웃은 이미 2012년 30-30(30홈런 49도루)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도루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는 아직도 겨우 23살이다.
올스타전에서 트라웃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단순한 내야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질주 하는 모습이었다. 올스타전이다. 천하의 트라웃이다. 설마 월드시리즈 홈어드밴티지를 위해? 그렇게 열을 내며 승부에 집착하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하나의 경기, 하나의 플레이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작은 부분이 그냥 그저 그런 선수, 잘하는 선수, 슈퍼스타를 가른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신시내티 레즈 공식 홈페이지)
# 새로운 홈런 더비의 규칙의 신선함
아웃카운트 방식이 아닌, 시간제한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홈런 더비는 성공적이었다. 더욱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쳤으며 1초가 있고 없고에 따라 승자가 결정되는 극적인 순간들을 연출했다.
야구는 사실 시간제한과 거리가 먼 스포츠다. 시간이 아닌 이닝의 제한을 받는다. 심지어 MLB에는 무승부가 없어 이닝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벤트성 행사에서 야구 안에 시간을 이식한 시도는 참신했다.
시간 제한이 있는 농구의 NBA 올스타전 3점슛 경연을 보는 것 같았다. 누가 처음 아이디어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홈런 더비 방식은 박수를 쳐주고 싶은 창의성이었다. 우승자 토드 프레이저(신시내티 레즈)에 안겨진 챔피언 벨트는 프로레슬링 WWE의 로고가 박힌 벨트였는데 이것도 코믹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 MLB 더쇼15의 가상 올스타전, MVP 디 고든의 ‘번개 발’
MLB 더쇼15는 기민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올스타전 로스터를 올해 명단으로 업데이트해줬다. 나는 내셔널리그를 선택했다. 나의 선발투수는 ‘노히터’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CPU는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였다.
MVP는 실제 올스타전에는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고 나의 팀 1번 타자 디 고든(마이애미 말린스)이 차지했다. 고든은 더쇼15에서 도루만 했다하면 거의 성공이다. 고든의 번개 발은 난이도를 불문한다. 고든에게 볼넷이나 1루타는 3루타다. 연속해서 2루와 3루를 훔칠 수 있기 때문에 노아웃이나 1아웃에 출루하면 동시에 1득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발이 너무 빨라 영상에서 보듯 런앤히트가 성공하면 앞에 가는 주자를 추월 할 정도로 바짝 붙어 뒤따라가는 주력을 확인할 수 있다. 컨택 능력도 좋기 때문에 동그라미 버튼을 이용한 컨택 스윙으로 무한 컨택도 종종 나온다. ‘용규 놀이’처럼 ‘고든 놀이’가 가능하다.
고든의 발을 이용해 초반에 얻은 2점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9회말 큰 위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고든이 환상적인 자연 태그 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4.1이닝 동안 9안타로 두들기며 5이닝도 못 채우고 강판시킨 것이 레전드 난이도에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갖게 한다. 과거에는 홀오브페임 난이도에서도 올스타전 에르난데스에게 완봉패를 당한적도 있었지만 지난번 레전드를 10점 차 이상 꺾은 이후(MLB 더쇼15 명승부<7>, 다이너스티 역대 가장 통쾌한 승리)에는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가 부쩍 늘었다.
혹시라도 MLB 더쇼 초심자 분들이 있다면 처음부터 레전드 난이도, 디폴트 슬라이더로 플레이하기를 권한다. 초기에는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진다. 성취감과 동시에 게임이 주는 최고의 야구 시나리오를 느낄 수 있다.
이번 가상 올스타전도 기가 막힌 시나리오가 나왔다. 영상으로 담았다. 여러 음악 효과를 포함했으며, 특히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치는 적시타 장면에 다양성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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