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정인욱 깜짝 세이브, 삼성 마운드 희망될까

 

(사진 출처 및 권리= 삼성 라이온즈)

 

[강한 인상 남긴 정인욱의 터프 세이브]

 

인터넷으로 이 경기를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마운드에 정인욱(삼성·25)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어느 삼성 라이온즈 팬은 심지어 류중일 감독이 미쳤다고 댓글을 올렸고, 어느 NC 다이노스 팬은 이건 주는 떡이다. 충분히 다시 역전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남겼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고 중요한 상황이었다. 1일 삼성과 NC는 정규시즌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들답게 접전을 펼쳤다.

 

삼성이나 NC나 경기 내용이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경기였다. 모두가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가 마무리 투수 임창민(NC)과 임창용(삼성)이 각각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힘겹게 삼성은 다시 연장 10회초 한 점을 뽑아 7-6으로 리드했다.

 

임창용은 9회말 25개의 투구를 기록했다. 다소 많은 투구 수이기는 했지만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10회말에도 등판할 수 있었다. 최근에도 임창용은 2이닝을 투구한 적이 있다. 아니면 이날 등판하지 않았던 심창민이 올라오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류중일 감독은 정인욱 카드를 꺼냈다. 창원 마산구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다시 승부가 요동칠 것 같았다. 1점 차 터프 세이브 상황이었다. 이런 압박감을 정인욱이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2011년 삼성 마운드의 젊은 피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 해 62(평균 자책점 2.25)를 거두는 등 1군 마운드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군 복무 이후 잊혀진 투수가 됐다.

 

제대 하고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6선발 후보로 꼽히기도 했지만 기대 이하의 투구로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부상으로 3개월 동안 공을 못 던졌다. 지난달 14KIA전 등판이 무려 1042일 만의 1군 출장일 정도로 아직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이날 정인욱은 삼성의 믿을맨이었다. 10회말 NC의 선두타자 모창민을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구째까지 풀카운트로 몰려 볼넷의 위험성이 있었다. 무사에 모창민이 출루하면 경기 양상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창민이 비교적 정확한 타이밍에서 커트한 7, 8구째가 파울이 될 때 공에 힘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삼진의 위닝샷이었던 9구째 바깥쪽 직구는 타자가 알고도 쉽게 컨택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공을 포수 미트에 꽂았다.

 

직구에 힘이 있다 보니 종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도 위력을 더했다. 후속 박민우가 2구째 상대한 공은 완전히 땅에 박히듯 떨어지는 공이었지만 빠른 직구를 의식한 타이밍에 들어 오다보니 어이없는 헛스윙을 유도했다.

 

타이밍에 혼란을 가져오는 볼 배합이 주효하며 결국 4구째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박민우는 배트를 참지 못했다. 마지막 타자 김준완을 삼진 잡은 패턴도 비슷했다. 힘 있는 직구 이후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김준완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삼성 라이온즈 월페이퍼)

 

직구 구속은 140km중반을 유지했는데 공 끝이 무뎌지지 않았으며 타자를 압도한다는 느낌의 공이 나왔다. 뜬금 등판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깜짝 세이브를 거두었다.

 

류중일 감독이 그런 중요한 상황에 왜 심창민 대신 정인욱을 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심창민의 상태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고 벤치의 감이나 최근의 어떤 데이터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결단이 됐다.

 

2군에서도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했던 정인욱이 이런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준 것이 이채롭다. 사실 야구에서 투수는 타자 보다 더 예민하다. 손톱 하나만 잘못돼도 제구력이 흔들리는 게 투수다. 자신의 루틴이나 항상성이 길게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즌 중반 갑작스런 실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삼성의 시스템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과거 삼성의 용병 투수였던 벤덴헐크는 2013년 삼성에 입단해 79패 평균 자책점 3.95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결코 KBO리그를 지배하다 일본 프로야구의 러브콜을 받을 만한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중반 재활 기간 동안 카도쿠라 켄 코치의 특별조련으로 슬라이드 스텝과 피칭 밸런스 등 기술적인 약점을 보완해 지난해 134패 평균 자책점 3.18로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그래서 이날 정인욱의 10회말은 각성한 벤덴헐크의 유사 사례가 아닐지 궁금할 정도로 상황을 오버랩 시켰다. 기존에 알던 정인욱의 공이 아니었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또 한 명의 안지만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강렬함을 남겼다. 정인욱이 이런 피칭을 유지한다면 후반기 삼성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y ThinkTanker (Copyright. <창조의 재료탱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