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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선전 포고' 지유민, 에미넴 가상듀엣 'Lose yourself'

 

(사진 : SBS K팝스타4)

 

 

['크리에이티브 래퍼' 지유민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미소 속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아름다웠다.

 

이 눈물을 흘리기 몇 분전 그녀는 K팝스타 경연에서 탈락했다. 926자나 되는 방대한 가사의 랩을 불과 경연 48시간 전에 완성했다. 그녀는 2절을 다 외우지 못했고 1절만 부른 채 어렵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소녀의 얼굴에서 창작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썼던 가사를 다시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다고 했다. 그녀의 랩 가사처럼 눈앞이 하얗기도 검게도 분간이 안 되는 현실에서 아마도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크리에이터스(Creators)> 저자 톰 윌슨은 창조는 인내해야 하는 괴롭고 혹독한 경험이며 창조자들은 차라리 창조자가 아니길 바라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지유민, 그녀는 크리에이터였다. 아무도 서바이벌 경연에는 도전하지 않는 랩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용기 있게 펼쳤기에 창조자였다. 그리고 양현석의 심사평처럼 가사 쓰는 실력과 라임 맞추는 센스가 뛰어났고, 에미넴의 원곡 랩을 바탕으로 유사한 정서 안에서 한글의 힘을 보여준 재창조를 이루었다는 나의 심사평을 추가해 그녀는 확실하게 크리에이터였다.

 

방송에 소개된 지유민의 랩을 자세히 읽어보고 놀랐다.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구성력을 자신의 현재 상황 속에 완벽하게 녹였다. 동시에 이 내용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갖췄다. 이런 랩이 비트 안에서 폭발하면 그때 랩이 가진 힘이 극대화 된다.

 

싱크탱커가 지유민의 랩이 재창조(재창조라는 단어가 붙는 그 어떤 것도 궁극적으로는 창조적이며 창조물이다.)라고 말한 이유는 에미넴 원곡의 도입부에 있다.

 

에미넴의 원곡 랩은

 

Look, if you had one shot,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One moment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만약에, 당신이 단 한 번, 단 한 차례의 기회로 원했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 버리겠어?로 시작한다.

 

이 부분을 지유민은 가사 중간에

 

이대로 포기해? 이 좋은 기회? 여기 오기 위해

난 노력했기에 겁도 없이 두발을 옮기네

아직 덜 보여준 것 같아 내가 누군지

이제 보여줄게 무대에 독기란 게 뭔지

 

라는 부분으로 이어받아 원곡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살리면서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이후 내용은 한글로써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며 언어가 마음대로 멜로디 위에서 춤추게 만들었다. 영어랩을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하게 한글로 이식할 수 있을까.

 

특히 다 나만 쳐다보게 해 싹 다” <싹 다>라는 두 글자를 효과적으로 장치해낸 감각은 대단하다. 사실 이나 는 모두 ALL이라는 같은 의미다. 그런데 불과 이 두 글자를 반복해 도치시키니까 중독성이 자동적으로 머리에 박힌다. 정말로 창조의 재료탱크로써 배울 점이다.

 

시간 부족으로 그녀가 2절을 외운지 못한 채 곡을 전부 부르지 못한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2절 랩을 보니 만약 이 랩이 완창이 됐다면 실로 위력적인 랩이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가상듀엣이라는 무모한 작업을 시도하게 됐다.

 

이번 곡은 그녀가 2절은 거의 부르지 못했기에 1절로만 편집을 해 분량을 늘렸다. 그리고 가상듀엣이지만 주인공은 지유민으로 맞췄다. 에미넴은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분량을 조절했다. (*부득이하게 영상은 삭제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가사를 방송으로 캡쳐하여 모두 타이핑하여 보관하고 싶을 만큼 랩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전곡 랩을 수록했다.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충분히 싹 다 눈 돌릴 틈도 없게 했다고 나는 믿는다. 지유민이라는 여성 래퍼를 앞으로 응원할 것 같다.

 

경연에서 탈락했다고 그 사람의 창조력까지 탈락한 것은 아니다.

 

 

 

[선전포고 –  지유민]

 

어디까지 온 건지 턱 차오르는 숨

정상에 가기 위해 나와 싸우려는 중

긴장 속 무대 뒤 뛰는 심장 그리고 기쁜 호흡

모두 다 최고의 무대를 원해 나와 같은 Hope

심장이 쿵광돼 입밖에 탈출하는 기분

온 몸의 혈관이 얼어 피가 식는 기분

눈앞이 하얗고 검했다 분간이 안 되는 현실

머릿속이 엉켜져 가사를 기억해내려고 열심이지만

불안한 마음과 동시에 멀어져가는 꿈

 

돌아보니 내 퀄리티는 바닥에 떨어져가는 중

꿈으로 한발짝더 다가갈수록 커져만 가는 괴리감

티도 못 내고 또 억지로 웃어 괜히 난

이대로 포기해? 이 좋은 기회? 여기 오기 위해

난 노력했기에 겁도 없이 두발을 옮기네

아직 덜 보여준 것 같아 내가 누군지

이제 보여줄게 무대에 독기란 게 뭔지

 

다 나만 쳐다보게해 싹 다

눈 돌릴 틈도 없게해 싹 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지금 이 순간에

뭐라 하든 발악하듯 입으로 최면을 걸어

다 나만 쳐다보게해 싹 다

눈 돌릴 틈도 없게해 싹 다

눈 돌리지마 잡 생각 말고 다 내게 미쳐라

싹 다 다 다 다 다

 

호명되는 내 이름 터지는 박수 소리

집중된 여러 눈동자 울렁이는 가슴속이

몸속에 리듬을 만들어 Boom Boom

뇌까지 퍼져서 몸에 둥둥

설렘 뜨거운 조명 기도 수백 번에

떨리네 시작 전 숨 뱉어내

무대에 퍼진 내 목소리 솟구치는 기운

이미 맛본 희열에 포기가 안 되는 지금

그래서 이 경쟁은 이제 내게는 너무나 간절

절대 놓치지 않아 내 위치가 완전히 완전

해질 때까지 나 무조건 달려 더 높게 정상 위로

비록 미로 같은 경쟁이지만 아쉽게 귀로

하지 않아 난 내꿈을 향해 죽기살기로 걸어

스스로 개척해 난 알아서 내 살길을 열어

어렵게 잡은 이 기회 잘 절대 포기 못해

상승기를 타고 올라갈 거야 보기 좋게

 

다 나만 쳐다보게해 싹 다

눈 돌릴 틈도 없게해 싹 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지금 이순간에

뭐라 하든 발악하듯 입으로 최면을 걸어

다 나만 쳐다보게해 싹 다

눈 돌릴 틈도 없게해 싹 다

눈 돌리지마 잡 생각말고 다 내게 미쳐라

싹 다 다 다 다 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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