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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김정운 <에디톨로지>, '탁월한 용두' 사미

 

 

희랍인 조르바를 읽고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자유를 찾아 떠난 쿨한 남자.

'남자의 물건'이라는 탁월한 중의성의 제목을 붙일 수 있는 감각적인 남자.

여러가지문제 연구소장에 걸맞은 그 여러 가지를 학제적으로 풀 수 있는 남자.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창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남자.

<싱크탱커를 일깨우는 크리에이터 50>에 절대로 제외 할 수 없었던 남자.

(콜라주로 만든, 나를 깨우는 크리에이터 TOP 50)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박사의 주장은 싱크탱커에게는 솔직히 진부한 주제다.

2006년 이 책의 주제를 생각했다고 했다. 너무나 가소롭게 들리시겠지만, 필자는 그 이전인

90년대 말부터 창조는 일찌감치 편집이라 생각했다.

(싱크탱커뿐만 아니라 여러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먼저 출판한 사람이 임자다)

이 미약한 블로그 창조의 재료탱크가 블로그 첫 글에서 지향한 것도 창조적 편집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며...창조란...)

 

다만, 김정운 박사가 말콤 글래드웰이 헤비급이라면 자신은 플라이급이라 했듯이 싱크탱커는 김정운 박사에 비하면 체급조차 없는 평범한 복서이기에, 김정운 박사가 머리말에서 밝힌 주변부 지식인의 슬픔은 범인들에게는 약간은 사치스럽게 들린다.

(뭐 링에 오른 프로복서들 끼리의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좋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다 보니 정성을 다해 읽었고 큰 영감을 받았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욕심이 살짝 과하셨던 듯 보인다.

 

 

The Good

 

독서에 부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러나 그 책에서 단 하나의 절, 단 하나의 페이지, 단 하나의 문장, 단 하나의 단어라도 자신이 응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면 그 독서는 이미 성공이다.

 

 

싱크탱커에게는 그런 내용이 84~88페이지에 수록되어 있었다.

지식을 카드화 하여 단편화하는 것이 노트화 하여 서술화 하는 것보다 창조에 도움이 된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독일 유학 시절 독일 학생들에게 느꼈던 부분이 잘 전달됐다.

 

직장에서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기억을 떠올리면 쉬울 듯하다.

잘 만든 파워포인트 한 장은 다음번 다른 주제의 프레젠테이션에 다시 쓰일 수 있다.

순서만 바꿔서 또 다른 창조적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신이 어떤 지식을 문서화 할 때 여기저기 붙일 수 있는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다면

손쉽게 지식을 로봇의 팔 다리처럼 여기저기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부착 가능한 지식의 팔 다리가 오늘은 마징가제트, 내일은 로봇태권브이로 쉽게 변신 가능하다.

 

PART1의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의 서술은 역시 김정운 박사답다. 유연하고 재미있게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나간다. 쉽게 읽히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다. 3지식권력은 이제 더 이상 대학에 있지 않다는 솔직한 진단이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긴다. 5김용옥의 크로스텍스트와 이어령의 하이퍼텍스트도 창조의 방법론에 큰 도움을 준다. 10절 카라얀을 바라보는 유니크한 시각까지. 1장을 읽을 때까지 창조는 편집이라는 책 제목에 걸맞은 충실한 내용이 순류를 탄다.

 

The Bad

 

갑자기 2장부터 순류에 탁류가 낀다. 점점 창조는 편집이다 와 관계가 먼 잡초가 돋아난다.

미술적 내용을 위태롭게 창조와 연결하다 축구의 공간편집까지 가까스로 본류를 지킨다.

내용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3장부터 주제 의식이 본격적으로 흐려진다. 전공인 심리학적 내용과 역사가 창조는 편집이다 와 연계가 안되는 것은 아니나 설득은 쉽게 안 된다.

지휘는 되지만 통솔은 안 되는 대대장이 떠오른다.

마지막 부분에 와서 에버노트 활용 내용으로 흐름을 찾았지만 먼길을 돌아갔다.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쉽게 써야 한다고 의식은 하지만, 학자적 자존심과 학계의 눈 때문에 어렵게 또 써야 한다는 의식이 복잡하게 혼합된 느낌을 문장에서 받는다.

물론 머리말에서 어쩔 수 없이 어렵게 서술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책의 전반적인 서술 흐름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김정운 박사 정도의 자유로운 지식인이라면 더욱 과감하게 권위의 틀을 내던지고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뭔가 아직도 나는 재밌게 쓰지만 뛰어난 지식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마강요하는 느낌의 문장이 요소요소 어색하게 다가온다.

 

책 내용 중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저자의 고백 이것은 필자 생각이다.” “물론 나의 생각이다이런 문장은 그다지 김정운 답지 않다. 색다른 주장을 내걸고 자신 있게 가슴을 내밀다가 갑자기 한발 후퇴하는 듯 한 약한 태도는 오히려 저자의 목소리를 자신 없게 들리게 한다. 이런 자기고백적인 유약한 문장은 쓰지 말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총평

 

2, 3장에서 영감을 찾으신 분이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싱크탱커에게는 1장만으로도 좋은 내용의 책이었다. 뒷부분이 약했지만 앞부분이 특히 좋았다.(혹시나 출판사인 21세기북스에서 이점을 감안해서 편집순서를 정했다면 그들도 뛰어난 편집자다.) 

용의 머리가 워낙 두드러져 뱀의 꼬리가 드러나지 않게 잘 선방했다.

그래서 용두에 탁월한이라는 수식어를 빼놓아 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다시 정리한다. ‘탁월한 용두사미가 아니라 탁월한 용두’...사미다.

 

 

By ThinkTanker (creationthinktank.tistory)